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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눈의 위협 : 2024년 11월 경기 폭설의 교훈

이영규 (방재시험연구원 친환경안전연구센터)

1. 머리말

2024년 11월 27일부터 3일간 경기도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많은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내린 눈은 가벼운 눈과 달리 “수분을 많이 포함해 접착력과 무게가 매우 큰 ‘무거운 눈’”이었다. 무거운 눈은 지붕면에 그대로 달라붙어 빠르게 쌓이며, 시설물의 붕괴 위험을 크게 높인다.

[그림 1] 2024년 11월 27일부터 시작된 경기도 일원의 적설(기상청)과 시설 피해 분포(화재보험협회 브리지 플랫폼)

본 기고에서는 2024년 11월 대설로 드러난 시설 피해의 양상을 살펴보고, 무거운 눈이 시설에 가하는 위험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2. 2024년 11월 대설로 인한 시설 피해 특징

2.1 경사로(ramp) 지붕 시설 피해

2024년 11월 대설 시 도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설은 경사로 지붕이었다. 경사로(ramp) 지붕은 주로 지하 주차장을 연결하는 경사로 출입구에 상당수 설치되어 있다. 경사로 지붕재는 주로 아크릴판과 같은 플라스틱 재질이 사용되는데, 생각 외로 플라스틱판에 눈이 잘 붙는다. 눈이 많이 내린 날 90도에 가까운 차량 유리창에도 눈이 수북하게 붙어 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경사로 지붕은 대체로 완만한 곡면으로 시공되며, 눈이 아래로 미끄러지기 어려운 형상을 하고 있다. 여기에 무거운 눈이 달라붙어 쌓이면 지붕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 2] 2024년 11월 경기도 대설 시 경사로(ramp) 지붕 시설의 적설 피해 모습

[그림 3] 2024년 11월 경기도 대설 시 캐노피(canopy) 시설의 적설 피해 모습

2.2 캐노피(canopy) 시설 피해

캐노피(canopy)는 비 또는 해를 가리기 위한 지붕 구조 시설이며, 앞에서 다룬 경사로 지붕 시설 또한 일종의 캐노피 시설이라 할 수 있으나, 경사로 지붕 시설 피해 건수가 너무 많아, 캐노피 시설에서 별도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캐노피는 설치 형태에 따라 독립형과 부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독립형 캐노피는 캐노피 구조물 단독의 형태를 보이지만, 부착형 캐노피는 건물 벽면에 부착되는 형태가 된다. 캐노피는 독립형·부착형 모두 지붕 경사가 크지 않아 무거운 눈이 쉽게 미끄러져 내려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이는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 이번 폭설에서도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2.3 비닐하우스(greenhouse) 시설 피해

비닐하우스 시설은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가장 흔히 농업시설로 활용되지만, 주거용으로도 이용되고, 창고로도 이용되고 있다. 비닐하우스는 열과 바람 차단이 중요하다. 사람이 생활하거나 창고로 사용하는 경우,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서 차광막을 덧씌우는데 이런 차광막은 비닐하우스에 더 많은 눈이 쌓이도록 하여 붕괴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그림 4] 2024년 11월 경기도 대설 시 비닐하우스 시설 피해

2.4 장경간(long span) 지붕을 갖는 건물 피해

공장·체육관 등 장경간 구조를 가진 건물은 지붕에 무거운 눈이 고르게 분포하지 않고 특정 지점에 집중될 때 구조적 변형이 많이 증가한다. 이는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그림 5] 2024년 11월 경기도 대설 시 장경간(long span) 지붕을 갖는 건물 피해

2.5 그물망 지붕 시설 피해

그물망 지붕 시설의 대표 명사는 실외 골프연습장이라 할 수 있다. 실외 골프연습장은 골프공이 연습장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측면과 상단에 그물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 그물망이 형태를 갖추도록 지지하는 지주 구조물을 갖는다. 그물인데 그 위에 눈이 쌓이면 얼마나 쌓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생각보다 많은 눈이 쌓인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다. 무거운 눈은 그물망에 엉겨 붙으며 몸집을 키우고 결국에는 비워진 부분이 살얼음 형태로 막히면서 그물망은 얼음막(ice sheet)을 형성하고 그 얼음막 위에 눈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적설 하중을 견디다 못한 그물망 구조물은 결국 붕괴로 이뤄진다. 2024년 11월 대설 당시 경기 도내에서 69건의 그물망 지붕 붕괴 피해가 보고되었다.

[그림 6] 2024년 11월 경기도 대설 시 그물망 지붕 시설 피해

2.6 천막 지붕 시설 피해

가설 건축물이나 약간의 누수가 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시설의 경우, 천막으로 지붕을 마감하는 경우가 있다. 발수 코팅이 천막이라 하더라도 직사광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발수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발수성이 떨어진 천막은 적설을 미끄러트리는 특성이 약해져 더 많은 눈이 쌓일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많은 눈이 쌓인 천막 지붕은 결국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로 이어지곤 한다.

[그림 7] 2024년 11월 경기도 대설 시 천막 지붕 시설의 적설 피해

[그림 8] 2024년 11월 경기도 대설 시 축사 시설의 적설 피해

2.7 축사 시설 피해

축사는 환기를 위해서 지붕에 환기를 두는데, 축사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먼지가 환기를 통해 배출되어 지붕면에 많은 먼지가 쌓이곤 한다. 이처럼 지붕면에서 먼지가 많이 쌓이면 눈이 지붕면 경사 방향을 따라 미끄러지는 것을 저해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눈이 지붕면에 쌓이게 된다. 이는 붕괴 위험을 증가시킨다.

3. 적설로 인한 시설 피해 예방 대책

앞에서 살펴본 피해 시설을 그물망 지붕 시설과 기타 지붕 시설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에 따르면, 2024년 11월 대설 당시 경기도 내 241개소의 실외 골프연습장 가운데 69개소에서 시설 파손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해의 대부분은 그물망 또는 와이어 파손에 그쳤으나, 일부 사례에서는 그물망과 와이어를 지탱하는 철제 구조물의 손상까지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체육시설 설치 시 풍하중만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안전·위생기준(별표 6)에 대해, 설하중까지 고려하도록 하는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 입법예고(문화체육관광부장관, 2025.11.12.) 되었다. 해당 시행규칙이 시행된 이후 신축되는 시설의 적설 피해 위험은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존 시설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기존 시설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그물망 대신 발수(撥水)·발빙(ice-phobic) 코팅이 적용된 그물망을 사용하면, 눈의 점착력(adhesion)이 약 40~7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러한 코팅은 영구적이지 않아 2~3년 주기의 교체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유지관리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효과는 다소 떨어지지만, 나일론 대신 PE(폴리에틸렌) 또는 PP(폴리프로펠렌) 계열 그물망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일론은 수분 흡수율이 높은 반면, PE 또는 PP 계열 재질은 수분 흡수가 거의 없고 표면 마찰도 낮아 착설이 비교적 덜 발생한다.

[표 1] 재질 위에 눈을 올린 후 눈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경사각(critical angle) 측정 결과

재질 눈 미끄러짐 임계각 θ (°) 마찰계수 μ = tanθ
불소코팅 금속(PTFE-coated, Fluorine coated metal) 10–15° 0.18–0.27
일반 금속(도장 강판, 알루미늄 등) 15–25° 0.27–0.46
유리(Glass) 20–30° 0.36–0.58
고기능 PO 비닐(눈 미끄러짐 기능 첨가형) 25–35° 0.46–0.70
폴리카보네이트(PC) 28–40° 0.53–0.84
PVC (폴리염화비닐) 30–45° 0.58–0.95
아크릴(PMMA) 30–42° 0.58–0.90
FRP(섬유강화플라스틱) 35–50° 0.70–1.19
일반 PE 비닐(비닐하우스용) 35–50° 0.70–1.19

한편, 경사 지붕, 캐노피, 비닐하우스, 장경간 지붕, 천막 지붕, 축사 지붕 등의 붕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붕괴로 이어지기 전에 지붕에 쌓인 눈이 지붕면의 하방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의 미끄러짐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자로는 지붕면의 경사각, 지붕 재질, 지붕면의 거칠기가 있다. 신축 또는 개보수 시에는 지붕 경사각을 높이거나 눈이 잘 미끄러지는 재질을 적용함으로써 구조적 위험을 사전에 낮출 수 있다.

반면, 신축이나 개보수가 아닌 기존 시설의 경우 현실적으로 조절 가능한 요소는 지붕면의 거칠기 관리이다. 지붕 위에 쌓인 먼지, 낙엽 등 이물질은 지붕 표면의 거칠기를 증가시켜 눈의 착설과 정체를 유발한다. 따라서 겨울철이 시작되기 전 지붕면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붕괴 위험 저감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 맺음말

장마 시즌이 되기 전,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빗물받이와 배수로 청소를 시행한다.‘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큰 효과가 있다. 실제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방재시설이 설계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방재시설이 100%에 가까운 성능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시공 상태에 준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겨울 시즌이 오기 전, 설하중에 취약한 지붕 시설 역시 시공 상태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하는 사전 정비·청소 캠페인을 추진해야 한다. 그물망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지붕 면을 물로 세척해 눈이 잘 미끄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붕괴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어찌 보면 사소한 실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적설 취약 시설 붕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대책이다. “여름엔 빗물길 청소, 겨울엔 눈길 청소. 화재보험협회가 함께합니다.”

감사의 글
본 연구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 공동연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RS-2024-00402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