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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바람 피해, 피해 원인 조사로 해결

이영규 (방재시험연구원 친환경안전연구센터)

1. 머리말

[그림 1] 매년 발생하는 신호등 강풍 피해의 근본 원인은?

강풍 주의보는 육상에서 풍속 14m/s 이상이 예상될 때, 강풍 경보는 21m/s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경찰청이 발행한 『2024 교통신호기 설치·운영 업무편람』에 따르면, 서울, 대전, 청주 등 내륙 지역에서는 40m/s, 군산, 여수 등 해안 지역에서는 50m/s, 제주 지역에서는 55m/s의 강풍까지 견디도록 신호등 구조물을 설계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설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강풍에도 신호등, 간판, 가로수 등이 파손되는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원인은 강풍이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해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피해 원인에는 직접 원인, 근본 원인, 기여 요인이 있다. 직접 원인은 강풍, 호우, 지진과 같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을 규명하려면 설계, 시공, 관리상의 문제까지 파고들어야 하며, 이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요구된다. 화재 사례를 보면, 국내에서 매년 약 4만 건의 화재가 발생하지만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모든 화재에 대한 원인 조사가 이루어진다. 전국 66,659명의 소방공무원과 3,400억 원에 달하는 소방청 예산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강풍 피해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를 규정한 법률이나 제도가 없다. 침수의 경우 『자연재해대책법』 제21조에 따라 침수흔적도를 작성·보존하도록 되어 있어 일정 부분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강풍 피해는 『자연재해대책법』 제9조에 의거해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일부 사례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조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강풍 피해는 발생할 때마다 보상과 복구가 뒤따르지만,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같은 피해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강풍 피해 원인에 대한 전수 조사, 또는 그에 준하는 대규모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유례가 없는 제도이지만,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정책이라 생각한다.

2. 강풍 피해 원인 조사를 위한 필요 인력과 예산

강풍 피해 원인 조사를 전담하는 기관을 새로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조사팀을 2인 1조로 구성하고, 연 220일 근무일 중 65%에 해당하는 143일을 현장 조사에 투입한다고 하면, 한 팀은 연간 286건의 원인 조사를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신설 기관이 첫해부터 전수 조사를 모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파일럿 기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첫해에는 약 2,300건의 원인 조사를 목표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사팀 8개 팀, 즉 16명의 현장 조사 인력과 데이터 관리, 품질관리, 정책, 교육, IT 등을 담당할 지원 인력 24명이 필요하다. 총 40명 규모의 인력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75억 원으로 추산된다. 2년 차에는 조사량을 5,100건으로 늘리고 조사팀을 18개 팀, 즉 36명으로 확대하며, 지원 인력도 36명으로 늘릴 경우 총 72명이 필요하다. 이때의 예산은 약 132억 원으로 추정된다. 3년 차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연간 8,600건을 조사할 수 있는데, 조사팀 30개 팀(60명), 지원 인력 36명을 포함해 총 96명이 필요하며, 인건비를 포함한 예산은 약 185억 원으로 예상된다.

비록 연간 8,600건이 전국의 강풍 피해 전수를 모두 조사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으나, 재발 방지와 강풍 피해 예방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는 충분히 의미 있는 규모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정도 예산은 소방청 전체 예산의 약 5%에 불과한 수준으로, 현실적으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범위에 속한다.

3. 강풍 피해 원인 전수 조사를 통한 편익

강풍 피해 원인 조사의 목적은 단순히 피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범죄나 과실 여부를 가려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설계 기준 개정에 반영될 교훈을 도출하는 데 있다. 또한 보험금 지급과 복구 지원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축적된 통계를 통해 지역별 위험 수준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목적에서 비롯되는 편익은 정량적으로 계산 가능한 효과뿐 아니라 정성적으로 사회 전반의 안전을 높이는 효과까지 아우른다.

[그림 2] 2003년 태풍 '매미' 내습에 붕괴된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크레인들(출처 = 국제신문)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부산항 신감만부두에서는 초대형 크레인 6대가 강풍에 의해 전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부두시설 시공사, 크레인 제작사,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 측은 한국해양연구원과 코리아테크인스펙션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당시 설계 풍속 50m/s를 초과하는 56~63.7m/s의 강풍이 있었다는 결과가 제출되었다. 반면 원고 측은 40.5m/s라는 설계 풍속보다 훨씬 낮은 강풍이 불었으며, 크레인을 고정해야 할 스토이지 핀과 타이다운에 중대한 설계와 시공상의 하자가 있어 피해가 발생했다는 감정을 제출했다. 결국 13년에 걸친 소송 끝에 2016년 대법원은 설계와 시공의 책임을 인정하며 273억 원 배상을 확정하였다. 이 사례는 강풍 피해 원인 조사가 단순한 사실 규명을 넘어, 수백억 원의 손실을 막는 직접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이를 계기로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하자 예방이라는 간접적인 편익까지 만들어냈다.

[그림 3] 갠트리 크레인의 풍하중 저항 방법: 스토이지 핀(stowage pin)은 갠트리 이동방향 구속,
휠-레일(wheel and rail)은 트롤리(trolley) 이동방향 구속, 타이다운(tie-down)은 들림 구속

[그림 4] 비닐하우스 시설의 강풍 피해 : 칼과 같은 예리한 도구로 찢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 모습(좌), 일반적인 강풍 피해 모습(우)

농업 분야에서도 강풍 피해 원인 조사의 중요성은 크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강풍 피해를 입었을 때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데, 구조체나 피복재 등 농업용 시설물이 직접 피해를 입어야 보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닐하우스 피복재를 고의로 훼손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때 비닐이 찢어진 단면을 면밀히 조사하면, 강풍으로 발생한 손상인지, 인위적으로 발생한 훼손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만약 인위적 훼손으로 밝혀질 경우 보험사는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피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보험금 누수를 예방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강풍 피해 원인 전수 조사는 건축, 제조업, 보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를 미친다. 설계 결함, 부실 시공, 제작 하자, 보험 사기와 같은 불법적 피해를 줄이고, 보다 안전한 설계와 시공 기술 발전을 촉진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4. 맺음말

기후 위기 시대에는 기상재해가 앞으로 더욱 자주, 그리고 더욱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복되는 도시 침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지하 저류조와 대심도 빗물터널을 건설하듯, 반복되는 강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어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제부터라도 강풍 피해 원인 조사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특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전수에 가까운 규모의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풍 피해 원인 조사를 전담할 조직이 마련되어야 하며, 소방청과 같은 기존 정부 조직이 이 기능을 맡을 수도 있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강풍 피해 분쟁의 상당수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되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업계도 강풍 피해 원인 조사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자해야 한다. 보험사는 지금까지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앞으로는 설계 결함과 부실 시공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 구상권을 강화하고 보험금 누수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확장해야 한다.

강풍 피해 원인 조사 전담 조직의 설립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회적 투자라 할 수 있다. 반복되는 강풍 피해의 악순환을 끊고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강풍 피해 원인 전수 조사가 국가적 과제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다.

[ 감사의 글 ] 이 연구는 행정안전부 도시지역 강풍피해 방지역량 강화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RS-2025-02633557).